지자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환경부 컨설팅 지원…정부 주도 지방자치 취지 부합하지 못한셈
독일 '쇠나우 에너지자립마을'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발전소 세워 '핵발전 퇴출' 지방자치 모범사례로
읍·면 자치권 방편은 주민조례청구 주민자치 에너지자립마을 가능케 에코리본PD 인식제고 활동 중요
2024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가 오는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개최된다. 2022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 in 부산,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에 이어 세 번째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던 행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로 대체됐다. 골자는 지방자치 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논의하고 지방시대 정책들의 성과를 함께 나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地方自治)는 지방적 행정사무를 지방주민의 책임하에 지방기관에서 처리하게 하는 제도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권력 통제를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1948년 제헌헌법 때 지방자치가 규정됐고,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됐다. 1960년 4·19혁명 이후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모두 주민이 직접 선출하도록 지방자치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됐다. 이후 30년이 지난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1995년 6월 27일 제4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게 됐다.
지방자치법은 그 목적에서 주민 스스로 기후변화에 사전대응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에 이어 조례·규칙의 제정·개정·폐지와, 그 운영·관리가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 농림·수산·상공업 등 산업 진흥,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 및 생활환경시설의 설치·관리, 교육·체육·문화·예술의 진흥, 국제교류 및 협력 등이 포함된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게 시급한 과제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홍수 등이 빈번해지면서 지방하천 정비를 비롯한 기후위기 대응은 현안이 됐다.
최근 강우 데이터를 반영해 하천기본계획을 재수립하는 등 급격한 기후변화로부터 주민 스스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노령층이 많은 농어촌의 경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사전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강우와 폭증한 강우량으로 농기계 등 야간 운행 중 사고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 3월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에 이어 2023년 4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는 2024년 4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는 오는 2025년 4월까지 지역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국가 및 광역자치단체 기본계획과 연계하고, 기초자치단체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1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법정계획이다.
앞서 2021년 개최된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모든 지방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다.
국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는 지방이 중심이 되는 탄소중립을 주요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고 실천하는 상향식(Bottom-up) 기후행동의 중요성이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가치라는 의미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당면 현안이지만, 시민 이해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는 시민에 국한되지 않는다.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 역시 외부의 도움을 받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전국 243개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에서 이행까지 전(全) 과정에 대한 컨설팅과 기술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 탄소중립 ACT센터를 신설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이행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탄소중립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모든 지방정부에 대해 기본계획의 수립은 물론 이행실적 등 성과분석을 실시하고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전국 243개 지방정부의 법정계획을 주도하는 셈이다. 이는 지방적 행정사무를 지방주민의 책임하에 지방기관에서 처리하게 하는 지방자치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는 시민이 쥐고 있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 인식도를 높이기 위한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에너지프로슈머 길라잡이인 에코리본PD의 역할이 강조된다.
인공지능(AI)이 도입된 LED(Light Emitting Diode)로 전기사용량을 줄이고, 스마트그리드시스템을 구축해 용수사용량을 줄이고, 태양에너지로 그린 수소를 생산해서 농어촌 공공인프라를 운영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차량이 도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2차선 도로나 주차장 등을 투수성 포장이나 잔디블록으로 바꾸고, 자동차 주차장의 일부를 자전거 주차장으로 바꿀 수 있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EWS(Electricity Works Schönau eG)-쇠나우 시민발전소 협동조합은 지방자치의 모범사례다. 지방자치(地方自治, local self-government)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행정형태라는 점에서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원전을 멈춰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섯 아이의 부모는 ‘핵 없는 미래를 위한 학부모 모임’을 결성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에너지전환운동에 뛰어든 것이다. 주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는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자치권을 행사한 것이다.
주민이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늘리기에서 시작해서 마을발전소를 만들고, 전력 독점회사에 저항해 송전선까지 구입한 후 이제는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해 직접 공급하고 있다.
2023년 12월 31일 기준 1만3130명 조합원과 250명 직원을 보유하고 있고, 22만 가구에 열과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지역주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고 에너지 관련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쇠나우 시민발전소 협동조합의 성공사례는 우리나라 농촌지역의 면(面), 읍(邑) 자치의 부활을 되새기게 한다. 5.16 군사정변 이전 기초지방자치는 시·읍·면으로 이뤄졌다. 도시지역은 시(市)단위로, 농어촌지역은 읍·면단위로 자치를 실시했다.
1991년 지방자치는 부활됐으나, 농어촌지역의 경우 읍·면단위가 아닌 군(郡)단위로 부활됐다.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자치의 경우 일본은 시·정·촌단위로, 이는 읍·면 정도다. 독일 역시 게마인데(Gemeinde)는 농촌지역은 읍·면 정도이고, 스위스의 코뮌(Commune)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는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사무를 처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자치단체가 설립돼 지방정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독일 쇠나우가 우리나라의 읍·면처럼 자치권이 없는 시·군청의 하부 행정조직이었다면, 주민 스스로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읍·면의 자치권을 대신할 수 있는 방편이 주민조례청구제도다. 주민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청구권자 수 이상이 서명하면 주민조례를 청구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민 스스로 논의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주민자치가 가능할 때 우리나라 곳곳에서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자립마을은 가능하다. 에너지프로슈머가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지방자치와 기후위기 대응은 그만큼 밀접하다는 것이고, 에코리본PD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프로슈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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